
Netflix Originals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AS YOU STOOD BY)'를 보고 있습니다.
아직 4화까지밖에 못 봤지만, 지금까지의 소감을 기록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더라고요.
특히나 이유미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꾸준히 챙겨보는 팬으로서, 그리고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번 시리즈는 제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유미라는 배우, 그리고 나의 기대
'당신이 죽였다'를 보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이유미 배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유미 배우를 영화 '박화영'에서 처음 봤는데요, 방황하는 가출 청소년을 연기하는 모습이 꽤 인상 깊었어요. 이후 '어른들은 몰라요'에서는 더 깊은 10대의 불안과 방황을, '오징어 게임'에서는 탈북 여성 새벽의 생존 본능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에서는 초인적인 괴력을 가진 발랄한 강남순 역할로, 액션과 코미디를 보여주며 무겁고 어두운 역할뿐만 아니라 밝은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다는 스펙트럼을 증명했습니다.
그런 이유미 배우가 가정폭력 피해자 역을 맡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 반 걱정 반이었어요.
이번에는 이 무거운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면서도, 너무 힘든 연기가 아닐까 염려도 되었거든요.
하지만 4화까지 본 지금, 그녀의 연기에 또 한 번 완전히 압도당했습니다.
3화까지, 노진표의 악마 같은 모습에 숨이 막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3화를 보는 동안 여러 번 일시 정지를 눌렀습니다.
노진표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폭력성이 너무나 적나라해서, 숨이 막힐 정도였거든요.
장승조 배우가 연기한 노진표는 단순히 분노를 폭발하는 인물이 아니었어요.
더 무서운 건, 그가 보여주는 계산된 폭력과 심리적 지배였습니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건 폭력 이후의 장면들이었어요.
노진표가 희수에게 사과하는 척하면서도, 그 속에 숨겨진 위협과 조종이 느껴지는 순간들...
겉으로는 다정한 남편처럼 행동하지만, 희수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려 하면 즉각 폭력으로 되돌리는 패턴.
이게 진짜 가정폭력의 악순환이라는 걸 드라마가 너무나 현실적으로 보여주더라고요.
1~2화에서는 '이게 드라마니까 좀 과장된 거 아닐까?' 싶었는데요, 3화를 보면서 '아, 이건 어쩌면 현실보다 덜 보여주는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는 폭력 장면 자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그 전후의 분위기와 희수의 표정, 그리고 은수의 반응을 통해 상황을 전달하는데, 그게 오히려 더 무섭게 다가왔어요.
4화까지 전개가 매우 빨랐던 이유
보통 이런 스릴러 시리즈는 초반에 상황 설명을 길게 하고, 중반 이후에야 본격적인 액션이 시작되잖아요?
그런데 '당신이 죽였다'는 전개가 정말 빨랐습니다. 4화까지 보면서 '응? 벌써?'라는 말이 몇 번이나 나왔는지 몰라요.
1화에서 희수의 상황을 보여주고, 2화에서 은수가 결심하고, 3화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고, 4화에는 이미 상당히 중요한 전환점이 등장하는... 이렇게 빠른 전개가 자칫 산만할 수 있는데, 오히려 긴장감을 계속 유지시켜주더라고요.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빠른 전개 속에서도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었어요. 은수가 희수를 구하기로 결심하는 과정과 희수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 이 모든 게 설득력 있게 그려졌어요.
덕분에 '이 사람들이 정말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구나'라는 게 이해되더라고요.
이유미 연기에 또 한 번 놀란 순간들
앞서 말했듯, 저는 이유미 배우의 팬입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봤는데, 그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어요.
'박화영'의 날 것 같은 연기도, '어른들은 몰라요'의 방황도, '오징어 게임'의 강인함도 모두 훌륭했지만, '당신이 죽였다'의 조희수는 또 다른 차원의 연기였습니다.
이번에도 가장 놀라웠던 건 그녀의 눈빛 연기였어요. 노진표 앞에서 희수가 보여주는 두려움과 체념이 섞인 표정, 은수와 단둘이 있을 때 조금씩 살아나는 생기, 그리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보여주는 떨림. 대사 없이도 희수의 내면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특히 2화에서 희수가 은수에게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아요. 말하면서도 계속 주변을 살피고, 목소리를 낮추고,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는 모습. 가정폭력 피해자가 얼마나 일상적인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지를 몸짓 하나하나로 표현하더라고요.
그리고 3화 후반부터 보이는 변화도 인상적입니다. 희수가 더 이상 참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 그 과정에서 느끼는 죄책감과 두려움, 그러면서도 놓칠 수 없는 해방의 가능성. 이 복잡한 감정들을 이유미 배우는 미세한 표정 변화로 다 보여줬어요.
전소니와의 케미스트리
은수 역의 전소니도 정말 좋았습니다. 사실 전소니 배우는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 처음 봤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더라고요. 강인하면서도 내면의 상처를 품고 있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어요.
이번 시리즈는 무엇보다 전소니와 이유미의 호흡이 정말 좋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말없이 교감하는 순간들이 진짜 오랜 친구처럼 자연스럽달까요. 특히 희수가 무너질 때 은수가 묵묵히 곁을 지키는 장면들, 은수가 과거 트라우마로 힘들어할 때 희수가 손을 잡아주는 장면들이 가슴 뭉클했습니다.
4화에서 두 사람이 함께 중요한 일을 진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긴장감 속에서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아, 이게 진짜 우정이구나' 싶었습니다.
장승조의 1인 2역, 소름 돋는 연기
장승조 배우는 이번에 노진표와 장강이라는 1인 2역을 맡았어요.
4화까지 보면서 느낀 건, 같은 배우인데 정말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는 거예요.
노진표는 말투, 걸음걸이, 눈빛 모든 게 폭력적이고 지배적이지만, 장강은 조심스럽고 작아 보이려는 태도가 역력하거든요.
특히 노진표 역할은 정말 혐오스러울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했어요. 너무 잘해서 오히려 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폭력을 행사하기 직전의 섬뜩한 미소, 희수를 조종하는 교묘한 말투, 겉으로는 성공한 직장인이지만 집에서는 악마로 변하는 이중성. 이 모든 걸 자연스럽게 넘나들더라고요.
아직 반도 못 봤는데 벌써 이렇게 몰입되다니
총 8부작인데 아직 4화밖에 못 봤어요...
그런데 벌써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을 정도로 몰입되었습니다.
보통 드라마는 중반쯤 되면 조금 지루한 구간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 드라마는 4화까지 단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걱정되는 건, 앞으로 어떤 반전과 위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두 사람이 과연 이 계획을 성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진소백(이무생)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이 어떤 역할을 할지 등등 궁금한 게 너무 많다는 거예요.
이무생 배우가 연기하는 진소백은 4화까지 봐서는 정확히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없어요.
은수와 희수를 도와주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건지.
그 모호함이 드라마에 또 다른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가정폭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정폭력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요.
노진표 같은 가해자가 어떻게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도망칠 수 없게 만드는지.
그리고 희수처럼 똑똑하고 재능 있던 사람도 어떻게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지.
이 드라마는 그 과정을 너무나 제대로 보여줍니다.
물론 드라마 속 은수와 희수의 선택은 극단적입니다.
현실에서는 절대 권장할 수 없는 방법이죠.
하지만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법과 제도가 보호해 주지 못할 때 피해자는 얼마나 무력한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남은 4화가 기대되는 이유
지금까지 4화를 보면서 이미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아직 절반이 남았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정말 궁금합니다. 두 사람의 계획은 성공할까요? 진소백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희수는 진정한 해방을 얻을 수 있을까요?
원작 소설은 열린 결말로 끝난다고 들었는데... 드라마는 어떻게 마무리될지도 궁금합니다.
이정림 감독이 '악귀'와 'VIP'를 연출했다는 걸 알고 있는데, 두 작품 모두 인간 심리를 깊이 있게 다뤘던 드라마였거든요.
그래서 '당신이 죽였다'의 결말도 단순히 해피엔딩이나 새드엔딩이 아니라, 뭔가 생각할 거리를 주는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말에 남은 4화를 완주할 예정
아마 이번 주말에는 남은 4화를 몰아볼 것 같아요.
사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계속 이어 보고 싶은데, 너무 몰입되어서 잠을 못 잘 것 같아 참고 있습니다.
주말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뒤 나머지를 봐야겠어요.
만약 여러분도 '당신이 죽였다'를 보고 계시거나 볼 예정이라면... 꼭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세요.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불편함을 감수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이유미 배우의 팬이라면, 그녀의 또 다른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다 보고 나면 또 한 번 후기를 작성하고 싶네요.
그때는 결말에 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은 여기까지, 4화까지 본 솔직한 소감을 나눠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