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일러 주의 : 본 후기는 5-8화의 주요 반전과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4화까지 리뷰를 남긴 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금요일 퇴근 후 바로 8화까지 몰아봤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폭발적으로 전개되더라고요!
오늘은 5화부터 8화까지, 그리고 전체 시리즈를 완주한 후의 솔직한 감상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5화부터 본격화한 완전범죄 계획
4화에서 결국 노진표를 살해한 은수와 희수.
5화부터는 본격적으로 완전범죄를 위한 계획이 실행됩니다. 두 사람이 선택한 방법은 정말 치밀했어요.
진표와 똑같이 생긴 조선족 불법체류자 장강을 찾아내서, 그에게 돈을 주고 노진표 행세를 시켜 중국으로 출국하게 만드는 것.
이 부분을 보면서 정말 소름이 돋았던 게, 진표가 은행 고객 돈을 횡령하고 도망친 것처럼 완벽하게 위장하는 과정이었어요.
장승조 배우가 1인 2역으로 진표와 장강을 연기하는데, 같은 얼굴이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진표의 냉혹함과 장강의 불안함이 확실히 구분되는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가 단순히 살인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어요. 은수와 희수가 계획을 실행하면서도 계속 불안해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모습이 현실적으로 그려졌거든요. 특히 희수가 핏자국이 보이고, 밤마다 악몽을 꾸는 장면들은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예상치 못한 방문객들과 긴장감의 고조
5화 중반부터는 두 사람의 계획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진표의 여동생 노진영이 오빠의 갑작스러운 실종을 의심하면서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하거든요.
이호정 배우가 연기한 노진영이라는 캐릭터가 정말 무서웠어요. 오빠를 사랑하는 동생의 마음과 진실을 파헤치려는 집념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특히 6화에서 노진영이 은수와 희수의 집을 방문하는 장면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했어요.
겉으로는 평범한 대화를 나누지만, 그 속에 숨겨진 긴장감과 의심의 시선들.
카메라가 클로즈업으로 세 사람의 표정을 번갈아 보여주는 연출이 더욱 긴장감을 주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진소백이라는 인물의 비중이 커지며, 이야기가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요.
사실 4화까지 보며 굉장히 궁금했거든요, '과연 진소백이라는 캐릭터는 악역일까? 아니면 조력자인가?'
이무생 배우가 연기한 진소백은 두 사람의 계획을 눈치채지만, 예상과 달리 오히려 그녀들을 돕는 조력자가 됩니다.
어찌 보면 우연히 알게 된, 깊게 알지 못하는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결은 다르지만, 비슷한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는 희수, 은수를 공감하고 결국 마지막까지 두 여성의 편에 서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충격적인 반전, 장강의 죽음
7화 후반부에서 정말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중국으로 출국해야 했을 할 장강이 살해당한 채 발견되는 거예요.
이 장면을 봤을 때 저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완전범죄가 성공하는 듯 보였는데, 또 다른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모든 게 무너질 위기에 처하거든요.
그리고 8화에서 밝혀지는 진범의 정체. 바로 노진표의 어머니 고정숙이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그녀가 여성학자라는 설정이었는데요, 여성의 권리를 연구하고 가르치던 사람이, 정작 자신의 아들이 저지른 가정폭력은 외면했다는 아이러니. 이 부분에서 드라마가 정말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진다고 느꼈습니다.
고정숙이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고, 이성을 잃고 장강을 살해하는 과정. 그리고 결국 구속되는 결말. 이 모든 게 가정폭력이라는 문제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더라고요. 가해자의 가족들도, 피해자의 주변 사람들도 모두 이 폭력의 구조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을 말이죠.
원작과 다른 결말, 죄의 대가를 치르다
이 드라마는 일본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를 원작으로 하고 있어요.
원작은 두 여성이 도피하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고 하는데, 넷플릭스 드라마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은수와 희수는 결국 자수를 하고 복역하게 되거든요.
처음에는, 이 결말이 좀 아쉽게 느껴졌어요. 가정폭력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결국 죄를 치러야 한다는 게 씁쓸했거든요. 하지만 생각해 보니 이게 더 현실적이고 책임감 있는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지만 살인을 정당화하지 않으면서도, 두 여성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줬달까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 출소한 은수와 희수가 진소백과 함께 베트남으로 떠나는 모습이 암시되는데, 이 부분에서 조금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죄의 대가를 치렀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지킨 우정은 계속된다는 것. 그게 이 드라마가 전하고 싶었던 진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이 드라마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
'당신이 죽였다'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가정폭력이라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왜 피해자는 떠나지 못하는가, 왜 주변 사람들은 모른 척하는가, 그리고 왜 가해자는 계속해서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고정숙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 사회의 이중성이었어요.
여성학자로서 강단에서는 여성의 권리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자기 아들의 폭력은 눈감아준 모순.
이게 바로 우리 사회의 민낯이 아닐까요? 타인의 문제에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내 가족의 문제는 감추려고만 하는 것.
드라마를 보면서 저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지게 됐어요. 만약 내 친구가 가정폭력에 시달린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나도 은수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할 용기가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더 무거운 드라마였던 것 같습니다.
이건 절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니까요.
전소니와 이유미, 그리고 장승조의 열연
이 드라마를 이야기하면서 배우들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전소니와 이유미의 조합은 정말 완벽했습니다.
두 사람의 케미가 너무 좋아서, 진짜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전소니는 강인하면서도 상처받은 은수를 정말 섬세하게 표현했어요.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혼자 있을 때 무너지는 모습들.
특히 6화에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장면은 정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이유미는 가정폭력 피해자 희수를 연기하면서 정말 몸을 사리지 않았어요.
폭력 장면은 직접적으로 많이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 후유증과 공포를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전달했죠.
7화에서 처음으로 자유를 느끼며 웃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장승조의 1인 2역 연기. 진표라는 캐릭터가 정말 증오스러울 정도로 완벽한 악역이었어요.
겉으로는 성공한 남편이지만, 집에서는 폭군인 이중적인 모습을 너무나 리얼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얼굴이지만 완전히 다른 인물인 장강을 연기할 때는 또 다른 느낌이었고요.
특히나 이번 시리즈를 보며 가장 새롭게 보게 된 배우이고, 필모그래피를 찾아보게 된 배우입니다.
아쉬웠던 점들
개인적으로 완벽한 드라마는 없는 것 같아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것은 사실이지만,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이 있었어요.
특히 5화 중반부터는 약간 템포가 느려지는 느낌이 있었고, 고정숙이 장강을 살해하는 동기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또 진소백이라는 캐릭터가 왜 두 여성을 돕기로 결심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진소백, 희수, 은수 이 세 캐릭터간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급하게 전개되는 느낌이 있었달까요?
물론 그의 과거나 동기를 모두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조금만 더 힌트를 줬다면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8부작이라는 분량이 이 이야기를 담기에는 조금 짧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10부작 정도였다면 각 캐릭터들의 심리 변화나 관계의 전개를 좀 더 디테일하게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특히 은수와 희수가 복역하는 과정이나 출소 후의 모습을 좀 더 보고 싶었어요. 물론 그랬다면 후반부의 루즈한 느낌이 더 두드러졌을 수도 있겠지만요.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스릴을 즐기고 싶으신 분들보다는,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가정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각오하고 보셔야 합니다. 편하게 보기에는 너무 무거운 내용이거든요.
다만 폭력 장면이 직접적으로 많이 나오지는 않아요.
대부분 암시적으로 표현되거나 결과만 보여주는 방식이라서, 자극적인 장면을 우려하시는 분들도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표현들이 심리적으로는 충분히 불편하고 무거운 드라마예요.
전소니와 이유미의 팬이라면 무조건 보셔야 합니다. 두 배우 모두 정말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거든요.
특히 여성 간의 우정과 연대를 그린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더욱 공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8부작이라는 적당한 분량 덕분에 주말에 몰아보기 좋아요.
저는 2일에 걸쳐 다 봤는데,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운 중독성이 있습니다.
완주하고 나서 든 생각
넷플릭스 '당신이 죽였다'는 완벽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올해 본 한국 드라마 중에서 의미 있는 작품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정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게 풀어낸 점이 정말 대단했어요.
또,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피해자를 단순히 불쌍한 존재로만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은수와 희수는 자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지는 주체적인 인물들이었어요.
물론 그 선택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용기와 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가정폭력에 대한 뉴스를 볼 때마다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 그리고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습니다.
후반부의 템포 문제나 일부 설명 부족한 부분들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에요.
특히 전소니와 이유미의 연기만으로도 볼 이유는 충분하니까요.
아직 안 보신 분들 계신다면 이번 주말에 한번 도전해 보세요. 단, 각오는 하고 보셔야 합니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는 절대 아니니까요. 하지만 보고 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그런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는 가볍게 즐기기엔 무거운, 꼭 봐야 할 작품입니다.
여러분은 '당신이 죽였다' 보셨나요? 보셨다면 은수와 희수의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이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 어떻게 느끼셨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