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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코 리뷰 - 픽사 애니메이션으로 본 가족과 기억 이야기

by jjjeongmile 2025. 10. 24.

애니메이션이라고 얕봤던 나를 반성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 영화 코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아이들이나 보는 애니메이션이겠지"라는 편견이 있었다. 2017년 개봉 당시 주변에서 "꼭 봐야 한다"는 추천을 수없이 들었지만, 왠지 모를 저항감에 극장행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작년 명절에 가족들과 함께 OTT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 속에 이토록 깊은 메시지와 감동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영화 코코 기본 정보

코코는 2017년 11월 개봉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19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리 언크리치와 에이드리언 몰리나가 공동 감독을 맡았으며, 월트 디즈니 픽처스가 배급했다.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골든 글로브상 애니메이션 영화상도 거머쥐었다.

영화는 멕시코의 전통 명절인 망자의 날을 배경으로 하며, 멕시코 문화를 세밀하게 묘사하기 위해 제작진이 멕시코를 여러 차례 방문해 현지 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 결과 화려한 색감과 디테일한 문화적 요소들이 영화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상영 시간은 105분이며, 전 연령 관람가로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코코 공식 포스터
이미지 출처 : Disney·Pixar's coco X @pixarcoco

줄거리 소개

영화의 주인공은 음악을 사랑하는 12세 소년 미구엘이다. 그는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를 우상으로 여기며 음악가가 되는 것을 꿈꾼다. 하지만 미구엘의 가족은 대대로 음악을 금기시해왔고, 그 이유는 미구엘의 증조할아버지가 음악 때문에 가족을 버렸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신발 만드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미구엘도 그 길을 따르기를 원한다.

망자의 날, 마을 전체가 돌아가신 조상들을 기리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미구엘은 델라 크루즈의 기타를 만지는 순간 저주에 걸려 죽은 자들의 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해가 뜨기 전에 산 자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하면 영원히 죽은 자들의 세계에 남게 되는 위기에 처한다. 그곳에서 미구엘은 헥터라는 사기꾼 해골을 만나 함께 모험을 떠나고, 가족의 진짜 역사와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멕시코의 망자의 날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죽음에 대한 독특한 관점이었다. 망자의 날은 단순히 슬픔의 날이 아니라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축제의 날이다. 영화는 이 문화를 아름답게 표현하며, 죽은 이들이 산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한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계속 존재한다는 설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마저 세상을 떠나면, 그제야 진짜로 소멸한다는 이야기는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 설정은 단순한 상상력이 아니라 기억과 추억이 가진 힘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한 그 사람은 우리 곁에 살아있는 것과 같다. 영화를 보면서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가 자꾸만 생각났다. 특히 주인공의 증조할머니인 코코 할머니가 아버지의 노래를 듣고 잊고 있던 추억을 되찾는 장면은 정말 눈물 없이 볼 수 없었다.

할머니와의 기억이 떠올랐던 순간들

우리 할머니도 돌아가시기 전 몇 년간 치매를 앓으셨는데, 가끔씩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면 그 눈빛이 코코 할머니와 똑같았다. 할아버지와의 젊은 시절 이야기, 자식들을 키우며 힘들었던 이야기,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동네의 풍경들. 그때는 그저 "할머니가 아프시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할머니의 기억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코코 할머니가 아버지를 기억해내는 장면에서, 나는 할머니께 더 많은 이야기를 여쭤볼 걸, 그 기억들을 더 소중히 간직할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영화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우리에게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이었다.

가족과 꿈 사이에서의 고민

미구엘이 겪는 가족의 반대와 자신의 꿈 사이의 갈등도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부분이다. 음악을 하고 싶지만 가족의 반대로 인해 고민하는 미구엘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대 간의 갈등을 보여준다. 나 역시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 부모님과 의견 충돌이 있었기에 미구엘의 고민이 남일 같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꿈을 따르라"는 뻔한 메시지만 전하지 않는다. 가족이 왜 반대했는지, 그 뒤에 숨겨진 아픈 과거와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미구엘은 성장한다. 증조할머니 이멜다가 음악을 싫어하게 된 이유, 그리고 헥터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면서 미구엘은 가족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꿈과 가족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소중히 여기며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다. 진정한 성공이란 가족의 축복 속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멤버 미, 영원히 기억될 노래

영화의 OST인 리멤버 미는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한 명곡이다. 이 노래는 영화에서 여러 버전으로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델라 크루즈가 부르는 경쾌하고 화려한 버전으로 나온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헥터가 딸 코코를 위해 만들었던 조용하고 애틋한 자장가 버전으로 다시 등장할 때, 그 감동은 배가된다.

같은 곡이지만 누가, 어떤 감정으로, 누구를 위해 부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을 이 노래는 보여준다. 음악이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스토리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며, 캐릭터들의 감정을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한다. 미구엘이 코코 할머니에게 이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다.

코코를 보고 나서 나는 할머니가 좋아하셨던 옛날 노래들을 찾아 들었다. 그 노래를 들으니 할머니가 옆에 계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한참을 울었다. 음악은 시공을 초월해 기억을 되살리고, 세대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픽사가 만들어낸 시각적 향연

코코의 시각적 완성도 또한 놀라웠다. 죽은 자들의 세계는 화려한 색채와 빛으로 가득하며, 오히려 산 자들의 세계보다 더 생동감 넘친다. 마리골드 꽃잎이 다리가 되어 두 세계를 이어주는 장면, 해골들이 움직이는 모습의 디테일, 그리고 멕시코 전통 문양과 건축물의 섬세한 표현까지. 픽사는 기술적 완성도와 예술적 감각을 완벽하게 결합했다.

특히 캐릭터들의 표정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해골이라는 단순한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각 캐릭터의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이는 애니메이터들의 놀라운 실력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

영화 코코는 모든 연령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진정한 가족 영화다. 아이들은 화려한 색감과 재미있는 캐릭터에 즐거워하고, 어른들은 그 안에 담긴 깊은 메시지에 마음이 움직인다. 특히 명절이나 가족 행사를 앞두고 있다면, 가족 모두가 함께 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의 이야기, 조부모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함께 있는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픽사는 이 작품으로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삶과 죽음, 기억과 가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장 아름답고 따뜻하게 풀어냈다.

가족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돌아가신 가족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코코는 위로가 될 것이다. 나 역시 이 영화 덕분에 남은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애니메이션이라고 가볍게 보지 말고, 꼭 한 번 시간을 내어 감상해보길 바란다. 분명 당신의 마음 한편에 오래도록 남을 영화가 될 것이다.